30분 가량의 컬처핏 인터뷰가 끝났다. "오늘 신 들린것처럼 말이 잘 나오네? 온 우주가 나를 이 포지션에 붙여주려는 건가." 나는 생각했다. 정말 가고 싶어서 여러번 컬처핏 인터뷰를 봤던 다른 회사의 면접에선 그렇게 잘 나오지 않던 말들이 오늘은 신들린 것처럼 술술 나왔다.

아직 주니어 레벨이지만 나는 다양한 면접 스타일을 경험해 본 편이다. 과제가 주어지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발표하는 PT 면접, 특정한 상황을 주고 어떻게 행동할지 꼬리를 물어가며 질문하는 상황 면접, 언제 스트레스를 받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묻는 인성 면접, 나의 작업물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PT 면접 등이 있었다.

이런 다양한 면접을 볼 때마다 면접 컨디션이 다르게 느껴지곤 했다. 유독 말이 매끄럽게 나오지 않고, 내 관련 경험이 잘 떠오르지 않는 면접이 있다. 그럴 땐 그저 나의 준비성 부족, 역량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면접은 모두 불합격했다. 물론 아직 회사의 해당 포지션으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부족해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면접은 달랐다. 면접 준비가 이전에 불합격했던 과거의 면접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음에도 나의 생각을 명확히 말할 수 있었고, 관련 경험과 인사이트를 잘 풀어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면접 스타일'에 있었다.

회사와 나의 핏이 있듯이, 나와 유독 잘 맞는 면접 스타일이 존재한다. 나는 특정한 상황(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을 주로 제시해준다.)을 가정하고, 그 상황에서 어떤 사고를 하고 행동할지 물어보는 면접 스타일과 잘 맞았다. 상황을 제시하면 금방 문제 상황에 몰입하게 되고, 관련된 나의 과거 경험도 줄줄이 떠오르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의 실제 사고방식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었고, 꾸며내는 말이 아닌 실제 일하는 상황처럼 몰입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반면 "어떤 문제를 경험했었고 어떻게 해결했었나요?" 묻는 피상적인 질문에는 나도 피상적으로 대답해버리곤 했다.

면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나의 역량, 회사와 나의 핏, 나의 커리어 방향성 등만이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나와 면접 스타일의 핏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