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핵심 가치 제대로 전달하기

제품의 핵심 가치 제대로 전달하기

맨투맨이라는 앱은 개발자 동료 1명과 함께 8박9일간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직접 겪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대화형 번역기 앱이에요.
제품 오너십을 갖고 유저 테스트를 하며 제품 개선 이터레이션을 여러번 경험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어떤 수많은 실패를 통해 디자인 개선 작업을 반복했는지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배경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일본어를 전혀 몰랐던 저희는 파파고, 구글 번역기 등 이미 유명한 번역 앱을 사용하면서도 의사소통에 큰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저희만 느끼는 문제점이 아니었는데요, 대다수는 외국인과 대화해야 하는 상황이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해외 자유여행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도화된 번역기가 존재함에도, 무려 45%는 언어 장벽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호텔 체크인, 돌발 상황, 길 물어볼 때, 요청할 때, 메뉴 주문할 때 등 해외 여행에서 외국인과 대화해야할 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와 팀원들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같은 문제점에 공감하고 ‘매끄러운 소통이 가능한 대화형 번역 앱’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시장 분석

현재 주로 사용되는 번역기 앱들에는 파파고, 구글 번역, 애플 번역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외국인과의 대화에 사용하기에 부적절했습니요. 파파고가 가장 뛰어난 번역 앱으로 선정된 이유는 ‘언어 학습’, ‘논문/과제 작성’, ‘회의 자료 준비’에 용이하기 때문이었고, 구글 번역과 애플 번역기도 평점 4점 이상의 후기들은 대부분 학술적 긴글 번역과 단어 학습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즉, 현재의 번역기 앱들은 학술적 긴 글을 번역하는데는 용이한 앱들이었습니다.

저희는 해외 여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짧은 대화에 적합한 번역기로 서비스를 포지셔닝했습니다.

문제

그렇다면, 현재 번역기로 여행지에서 대화할 때 어떤 문제점이 있었을까요?

보통 여행지에서 대화할 땐 주변이 시끄러운 경우가 많아 내가 번역할 말을 텍스트로 미리 입력해 상대방에게 결과창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번역창을 본 상대방은 바로 외국어로 답변을 해주는데 이때 마이크를 켜주기도 전에 말을 시작해 음성 인식 오류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상대방에게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비효율적인 단계가 반복되며, 다시 나의 답변 차례가 돌아오면 내 말을 번역하는 동안 상대방은 또 기다려줘야 했습니다.

즉, 번역하는 과정 자체가 대화의 타이밍을 어긋나게 하고 있었습니다.

대화를 할 때 일어나는 빠른 발화-대답의 반복인 핑퐁을 번역기가 따라가지 못해서 타이밍이 어긋나는 것입니다. 유저가 말을 하면 유저가 앱을 사용하고, 상대방이 말을 하면 상대방이 앱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폰을 주고받으며 대화해야 했죠.


가설

그럼 하나의 앱 화면을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화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습니다.

“앱 화면을 마주보고 번역한다면,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을 것이다.”

앱 화면을 마주본다면 폰을 주고받으며 화면을 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유저의 말과 상대방의 대답 사이에 불필요한 단계들을 줄이고 매끄럽게 대화 핑퐁을 반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선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했습니다. 실제 외국인과 대화하는 상황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유튜브를 통해 여행지에서 대화하는 영상을 보며 일반적인 발화 전환 타이밍과 횟수에 따라, 유저와 상대방 발화 전환이 빠르게 가능하다는 것을 “시간 간격이 평균 5초 이하”이며, “주고 받는 번역 횟수가 연속 3회 이상”이라는 지표로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일반적인 대화의 속도와 발화 횟수를 고려해 이 지표가 달성된다면 번역기가 대화를 따라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결책

마주 보고 대화하는 두 사람이 하나의 앱 화면을 보고 대화하려면 각자의 위치에 맞는 번역창을 볼 수 있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빠른 발화 전환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한 말은 내 번역창에서 실시간으로 번역해 주고, 유저가 한 말은 상대방이 반대쪽에서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도록 상대방 번역창을 상하 반전시켰습니다. 이렇게 한 화면을 마주 볼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했습니다.

또한 앱을 조작하는 주체자를 한 명으로 제한했습니다. 하나의 폰을 두 사람이 같이 조작하려고 하면 타이밍이 꼬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방 번역창을 뒤집는 버튼과 상대방 마이크를 켜주는 버튼이 상대방 쪽이 아닌, 유저가 대화의 타이밍에 맞춰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단에 배치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대답하는 타이밍에 맞춰 마이크를 빠르게 켜줄 수 있는 마이크 조작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이크 하나로 언어를 인식해 유저의 말인지, 상대방의 말인지 구분해준다면 두개의 마이크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인 개발자의 상황을 고려해 디자인적으로 최대한 해결할 방법을 고안해야 했습니다.
이때 하나의 버튼이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아이폰의 카메라 기본 앱이 떠올랐습니다. 버튼을 클릭하면 촬영이 되고, 버튼을 옆으로 당기면 연속 촬영과 영상 촬영이 가능했죠.

맨투맨 앱에서도 하나의 마이크 버튼으로 내 음성인식 기능과 상대방 음성인식 기능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타이밍이 꼬이지 않기 위해 대화를 주도하는 유저 한 명이 앱을 조작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버튼 방식을 고민하며 실제 행동을 버튼 인터렉션을 통해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마이크가 한개라면, 실제 상황에선 마이크를 건네줘 상대방 말을 들을 것입니다. 앱에서도 마이크를 위로 드래그하는 것을 마이크를 건네주는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마이크 버튼을 클릭하면 나의 음성을 인식하는 마이크가 켜지고, 마이크 버튼을 드래그하면 상대방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며 상대방 마이크가 켜지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간편한 제스처 방식 차이로 음성 인식 주체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가 인지하기 쉽도록 마이크를 건네주는 행동을 메타포로 사용해 드래그했을 때 마이크가 길어지며 건네주는 손이 나타나는 버튼 인터렉션을 디자인했습니다.


결과

그렇게 '맨투맨' 앱을 2주만에 기획, 디자인, 개발을 거쳐 빠르게 출시한 후에 디스콰이엇, 여행 커뮤니티, 인스타그램에 앱을 홍보하며 반응을 지켜봤습니다.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는 이 앱에 관심을 갖고 한 달 만에 100명의 사용자가 유입됐습니다. 특히 여행 커뮤니티에 9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고, 실제 여행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겠다며 앱을 설치하겠다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앱의 필요성에 공감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유저들을 보며 뿌듯함과 행복감에 젖었으며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직업적 가치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저 테스트

출시 이후, 유저의 피드백을 자세히 듣고자 메인 기능을 사용해보는 세 가지 미션으로 유저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1. 질문을 입력해 번역한 문장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미션으로 ‘상대방과 마주보고 대화하는' 메인 기능을 검증했습니다. (5명 중 3명 실패)

  2. 들려주는 상대방 음성을 번역해 읽어보는 미션으로 상대방 마이크 기능을 잘 사용하는지 관찰했습니다. (5명 중 4명 실패)

  3. 최근 기록을 사용해보고 언어를 바꿔서 번역해 보며 보조 기능 또한 잘 사용하는지 관찰했습니다. (5명 중 4명 성공)

앱을 사용하면서 발견한 수많은 문제들 중, 가설 검증 지표에 크게 영향을 주는 두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번역한 질문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1번 미션에 실패한 유저들은 상대방 번역창을 뒤집는 버튼의 기능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 버튼으로 인해 유저가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의 가짓수를 2배로 만들며 마주보고 대화하는 메인 기능에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마주보며 대화하는 기능을 아예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상대방 음성 인식을 하는 2번 미션에 실패한 유저들은 상대방 음성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아예 모르고 있었습니다. 상대방 음성을 다른 방식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것을 애초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버튼 자체를 드래그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 대답을 번역하지 못해 번갈아 번역하는 횟수가 2회도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개선 1

먼저, 마주보며 번역하는 기능을 검증하기 위해 상하 반전 기능을 개선해야 했습니다.
UT에서 상하 반전 버튼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저들은 해당 버튼을 음성 인식과 관련된 기능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50%의 유저들이 상하반전 버튼을 마이크 기능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마이크 버튼 옆에 위치해 '근접성의 원리'로 인해 마이크와 연관되어 있다는 인지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번째 시도는 유저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해결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번의 UT에서 유저의 행동을 관찰하며 마주 보고 대화하는 유저의 공통적인 행동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번역창을 함께 보기 위해 핸드폰을 마주 보는 상대방 쪽으로 기울이는 행동이었는데요, 이 행동을 통해 유저가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아도 상대방 번역창을 뒤집어 주는 기능을 자동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따라서 핸드폰의 기울기가 약 45도 이상이면 앱을 함께 마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상대방 번역창을 자동을 뒤집어주도록 수정했습니다.
또한, 이전에는 온보딩을 읽고만 넘길 수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았던 유저들이 이번에는 직접 기능을 사용해볼 수 있는 온보딩을 통해 기울여서 뒤집는 방법을 체득하게 했습니다.


개선 2

두번째 문제점은 유저들이 상대방 음성 인식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는데요, UT에서 발견한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 마이크를 켜주는 기능을 내 마이크를 켜는 기능과 분리해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우선 내가 하는 말과 상대방이 하는 말을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습니다. UT를 통해 말풍선 모양으로 만들기도하고, 아이콘으로 지시해주기도 했는데,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디자인 시안은 색깔로 구분해주는 시안이었습니다.
따라서 내가 한 말과 상대방이 한 말의 색을 다르게 했고, 현재 말하고 있는 사람의 번역창에 테두리를 넣어 활성화된 창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결과

이렇게 실패를 거듭한 끝에 개선된 디자인으로 UT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UT에서는 각 메인 기능마다 미션을 수행하게 하지 않고, 실제 여행지 상황과 가장 비슷하게 연출시키고, 유저와 상대 외국인이 맨투맨 앱으로만 소통하게 하고 관찰했습니다.
핵심 지표였던 유저와 상대방 번역 사이 시간 간격은 5초로 줄었고, 대화 주체자 전환 횟수도 연속 5회 이상은 넘겼습니다.
이를 통해 마주보는 대화 창에서 상대방 말과 내 말을 직관적으로 분리해서 인식하고, 두개의 마이크 버튼으로 유저가 빠르게 발화자 전환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의 핵심 가치가 잘 전달되도록 사용성 개선을 집요하게 하며 개선된 디자인에 확신을 갖고 신규 버전을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레슨런

내가 만드는 디자인에 너무 빠져있다 보니 익숙해져서 유저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유저들도 당연히 이해하고 사용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맨투맨 앱을 통해 사용자를 계속 만나고 사용성 테스트를 최대한 많이 하며 내 제품을 낯설게 보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테스트로 유저를 관찰하다 보니 같은 기능도 더 매끄럽고 절차를 줄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고요.
철저하게 유저 관점에서 생각하며 앱을 디자인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프로젝트였습니다.

©RIA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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