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예약을 하기 위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 직원이 예약을 도와주며 “어느 날짜로 예약 잡아드릴까요?” 라고 물었다. 순간 어떤 날짜를 말해야할지 당황했다.
이전 같았으면 당연한 수순이다. 내가 가능한 시간과 날짜를 말하고 해당 시간에 예약이 가능한지 답변이 오는 형태. 하지만 온라인 예약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예약이 가능한 빈 날짜를 확인하고 그 중에 내가 가능한 날짜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순간 당황했던 것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현하는 방식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가 사고방식을 지배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있다.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이는 단지 언어 뿐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UI UX 방식대로 사고 방식이 형성되기도 하는 것 같다.
전화로 예약을 잡을 때는 당연히 상담사가 가능한 날짜의 후보군을 일일이 읊어 주는 것보다, 내가 가능한 날짜를 바로 말하는 것이 빠르다. 하지만 온라인 예약의 경우, 내가 가능한 날짜를 먼저 입력하거나 선택한 후 해당 날짜가 가능한지 답이 오는 형태는 비효율적이다. 불가능한 날짜를 달력에서 가시적으로 보고, 그 날짜를 피해서 가능한 날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온라인 예약 서비스들의 UI들은 나를 주관식보다 객관식으로 사고하는 것에 익숙하도록 만들었다. 재밌는 발견이었다. 그래서 숟가락을 조금 얹어보았다. "사피어-워프-리아 가설"